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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을 소개합니다

준, 노을이와 함께 삽니다

On May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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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셔츠 률앤와이, 청바지 자라.

배우 서이숙 & 반려견 준, 노을

지난 2011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지쳐 있던 배우 서이숙(54세)의 삶에 찾아온 반려견 준, 노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가 돼준 준과 노을이는 반려견이라는 의미를 넘어 없어선 안 될 가족이 됐다. 올해 11살인 준, 노을이는 심장약과 고지혈증약을 먹고, 관절까지 약해져 수시로 도움이 필요한 노견이 됐지만, 서이숙에게는 언제나 처음 만났던 모습 그대로다.

“암 수술하고 힘들어할 때 친구가 강아지를 키우면 금방 기력을 차릴 거라고 했어요. 처음엔 나를 위해 데려온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함께 지내보니 힘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수술했는지, 퇴원했는지, 아팠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더라고요. 또 산책을 꼭 해줘야 해서 밖에 나가 걸으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이 돼요.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줬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개엄마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서이숙은 준과 노을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식물과 동물에게 말을 거는 자신을 발견할 만큼 생명에 대한 소중함, 자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모든 동물이 좋아졌어요. 예전엔 지렁이를 무서워했는데 이젠 꿈틀대는 게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길가에 꽃, 풀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이 세상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님을 알게 돼서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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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랩 롱 드레스 h&m, 연청바지 자라, 뮬 코스.

우리가 가족이 된 순간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스타트업>,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등 굴지의 드라마를 통해 대중을 만나온 서이숙.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 강렬한 눈빛, 목소리만으로 시청자를 압도해 ‘감초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도 무장해제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준, 노을이와 함께할 때다. 두 반려견 앞에서의 서이숙은 혀가 짧아지고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준, 노을이는 저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서로를 바라봐주고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걸로 돼요. 인간관계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나 부득이하게 겪어야 할 갈등 없이 행복함을 느껴요. 사랑이란 게 말없이 오로지 그 사람의 편이 돼주는 것이 전부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재정의하게 된 것 같아요.”

서이숙은 ‘싱글족’이기도 하다. 준, 노을이와의 생활에 틀이 잡히면서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지내면 모든 게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준, 노을이와 함께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된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고 일상 속에서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부족함이 없는 거죠. 그리고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서 수입이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만나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서울에 그런 남자가 있을까요?(웃음)”

자신이 준 것보다 두 반려견으로부터 받은 것이 더 많다는 그녀다. 서이숙은 요즘 준, 노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며 받은 마음을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준, 노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산책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산책은 꼭 하려고 해요. 매일 1시간씩 다녀오는 코스가 있는데 준, 노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지치다가도 힘이 나요. 또 어머니와 저까지 넷이서 한적한 곳으로 떠나 준과 노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요. 요즘은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보내려고 해요. 어찌 됐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잖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데 집중하려고요.”
준, 노을이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준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반려견을 만나기 전 키웠던 시추 삼돌이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고.

“삼돌이와 2002년부터 5~6년을 함께했는데 어느 날 헤어지게 됐어요. 현관문이 열린 사이에 사라졌거든요.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요. 잠시 한눈판 사이 누군가 데려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죠. 한동안 마음이 너무 아파서 힘들었어요. 아직도 삼돌이를 생각하면 미안해요.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때라 좋은 사료를 먹이지도 못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 같거든요.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아플 때 병원비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것까지 모든 게 후회가 돼요. 그래서 준과 노을이와 함께 있을 때 더 큰 사랑을 베풀려고 해요.”

두 반려견과 중년 여성의 동거.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이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간혹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조심스러워요. 반려동물, 애견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사람 사는 것도 힘든데 동물보호법까지 신경 써야 하냐는 의견도 있으니까요. 반려견, 반려묘를 비롯해 동물에게 위안을 얻고 의지하면서 치유받는 사람이 많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인간, 동물, 자연 모두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준, 노을이에게 ‘위로를 받았던 순간’으로 흘러갔다. 평소 누군가에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서이숙은 참아왔던 감정과 설움을 준과 노을이 앞에서 쏟아낸 적이 있다.

“갑상선암 투병 당시,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생각해 다시 연극 무대에 서려고 했는데 출연이 불발됐어요.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답답하고 슬프고, 서럽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죠. 집에 와서 준, 노을이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 거예요. 그날 둘을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 우는 제 모습을 바라보던 준과 노을이의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사람들끼리 ‘사랑하니까 다그치는 거야’ ‘사랑하니까 요구하는 거야’라는 말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뜻대로 무언가를 바꾸라고 말하는 게 사랑의 방식일까?’ 싶을 때가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게 가족 아닐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두 반려견과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데는 그녀만의 철학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거리두기’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반려견과 인간도 적정 거리가 필요해요.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집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하고, 경계하죠. 아이들이 노견이 되면서 더 의식하게 돼요. 언젠가 맞아야 할 이별을 위해서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마음껏 사랑만 해주려고 해요.”

끝으로 서이숙은 품에 안긴 준, 노을이에게 바람을 전했다.

“바라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아프지 않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필수로 먹어야 하는 약도 있고, 배변 실수도 잦은데 그건 흠도 아니에요. 저희 어머니도 ‘그런 실수마저 안 할 수 있냐, 책임지고 있는 우리가 치우면 될 일’이라고 늘 말씀하세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함께할 수 있는 그날까지 아프지 않게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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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김지은, 김연주, 박현구
헤어&메이크업
박초롱
스타일링
조아라
사진
이대원
2021년 05월호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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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김연주, 박현구
헤어&메이크업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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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사진
이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