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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세계, 이명희가 나섰다

지난 3월 8일 이명희 회장이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자신은 그룹 총괄회장에 올랐다. 여러모로 무게가 느껴지는 시점이다.

On April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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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정용진, 18년 만에 전격 승진

이명희(80세) 회장은 지난 3월 8일 정용진(55세)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그룹 총괄회장에 올랐다. 18년 만에 아들인 정용진 회장을 승진 리스트에 올려준 것이다. 딸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40대부터 여성 경영자로 나섰던 이명희 총괄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딸이며, 2대 회장 이건희의 여동생이다. 남편은 국회의원을 지낸 정상희 전 삼호방직 회장의 차남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2015년 아들 정용진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에게 백화점 경영을 맡긴 후부터는 한층 더 조용히 지내왔다. 하지만 쿠팡의 거침없는 진격 속에 최근 이마트가 위기에 빠지고 신세계백화점 역시 실적 부진에 놓이자 직접 나섰다. 지난해 9월 임원 인사에서 전체 신세계그룹 계열사 대표의 40%를 전격 갈아 치운 것. 당시 이명희 회장이 직접 임원 인사를 주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통업계는 여러 말이 나돌았다. 반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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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의 막내딸, 이건희의 여동생,
정용진 컨트롤 가능한 어머니’

위기의 신세계, 이명희가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무려 계열사 대표 9명을 교체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였다.

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이끌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모두 임기를 남기고 전격 경질됐다. 특히 강희석 대표는 2019년 이마트 창사 이후 첫 외부 영입 인사였다. 일각에서는 ‘정용진의 남자’로 불릴 만큼 신임도 받았다. 강 대표는 총괄사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이명희 회장이 이러한 인사안을 반려하면서 교체됐다는 후문이다.

기존 대표들이 떠난 자리는 ‘이명희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았던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3사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신세계 신임 대표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발탁됐다. 이들은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다. 전략실은 과거 삼성그룹으로부터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경영지원실이 모태로 이명희 회장의 직속 조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임원들을 대거 교체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바꾸고 실장으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겸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사장)를 선임했다. 2015년부터 전략실을 이끌어온 권혁구 사장은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경영’이 시작됐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맡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제 내부 출신의 잔뼈가 굵은 임원들이 대거 계열사 대표를 맡게 됐다. 결국 그동안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체제에서 이베이코리아(3조 4,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5,000억원),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1,353억원),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3,000억원),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3,000억원) 인수 등으로 현금 흐름이 나빠졌다.

여기에 최근 이마트는 쿠팡의 약진 속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며 당시 정용진 총괄부회장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경고가 아니었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고 올해 3월 정용진은 총괄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의 승진이다. 사실 이번 회장 승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장 승진 직후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정용진 회장은 사장단에게 “위기가 있으나 더 열심히 하겠다”며 속도감 있는 그룹의 경영 개선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어머니가 아들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실 정용진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인 이재용이 2022년 삼성전자 회장에 올랐고 정용진보다 2살 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0살 어린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있는데 회장에 올리지 못할 만한 명분도 없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신세계그룹 제공
2024년 04월호

2024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신세계그룹 제공